꿀 떨어지는 할머니와 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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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오름방 맏형 동*이는 한번도 가족 이야기를 먼저 꺼낸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꺼내지 않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가족과 함께 한 기억이 너무 없어서 그리움도 없는 것일까?' 하는 또 다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동*이의 아버님은 동*이가 아주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고, 어머니와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입니다. 동*이에게 남은 가족은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와 다른 시설에 살고 있는 형 둘 뿐입니다.
2년전 쯤 할머니가 휠체어를 타고 해피홈에 방문하셔서 동*이를 보고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후로 동*이와 함께 요양원에 한 번 찾아가 뵈어야지 계속 생각만 하고 있다가 올해 초 이번 여름방학 때는 할머니를 꼭 찾아뵙자고 동*이와 약속을 했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그 기억도 희미해질 쯤 더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어 동*이에게 내일 당장 가자고 이야기하고 지난주 드디어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동*이는 먼저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할머니 이야기를 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지곤 했습니다. 우리는 동*이를 많이 그리워하셨을 할머니를 생각하며 할머니가 읽기 좋게 커다랗고 굵은 글씨로 써내려간 편지, 그리고 할머니를 웃게 해드릴 동*이의 우스꽝스러운 사진, 할머니들이 좋아하시는 최고의 간식! 연양갱, 식혜 등을 준비해서 설레는 마음으로 할머니를 찾아뵈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만남의 순간!
치매에 걸리신 할머니는 동*이를 알아보지 못하셨습니다. 동*이에게 미리 말해두었습니다.
"동*아~할머니가 치매에 걸리셔서 동*이를 못알아보실 수도 있어~그래도 서운해하지 말고 네가 할머니를 기억해드리면 돼. 알겠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던 동*이는 실망하지 않고 할머니를 위해서 편지도 읽어드리고, 안마도 해드리고, 뽀뽀도 해드리고, 포옹도 해드렸습니다. 평소의 수줍음 많은 동*이가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인데 오늘만큼은 너무나 쉬워보였습니다.
이게 바로 사랑의 힘일까요?
동*이의 얼굴에 환하디 환한 미소가 떠나지를 않습니다. 할머니도 다행히 곧 동*이가 기억나셨는지 눈에서 꿀이 떨어질 정도로 동*이를 달달한 눈빛으로 바라보셨습니다. 요양원선생님들의 말씀을 들어보니 할머니는 손주들을 매일매일 그리워하셨다고 합니다. 할머니는 꿍쳐두었던 쌈짓돈을 꺼내어 손주 손에 쥐어주시고 맛있는 피자도 사주셨습니다. 동*이의 입가의 미소가 더욱 크게 번졌네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ㅡ^
할머니를 뵙고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가볍습니다.
진작에 찾아뵐 걸 후회도 되었지만, 오늘을 시작으로 할머니와 또 형과 함께 하는 추억을 만들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이의 사랑이 넘치는 따뜻한 미소를 떠올리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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