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전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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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금요일, 월미테마파크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던 길이었습니다.
전철에 나란히 앉아있는데 허름한 옷차림에 몸이 불편한 한 중년의 남성이 다가왔습니다.
그는 승객들 무릎에 사연이 담긴 종이를 한장씩 올렸고
재잘대던 우리 아이들은 내용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내용인즉 딸이 몹시 아프고 병원비가 필요하지만 자신도 일을 할 수 없는 처지라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소위 '앵벌이'라고 말들하는 구걸의 내용이었지요..
저를 포함한 칸 안에 어른들은 말은 안했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했습니다.
참 안타까운 이 내용을 어디까지 믿어야할지,
저 사람이 쓴 글이 맞을지, 만약 돕는다면 그 도움이 정말 저 사람에게 쓰여질지,
누군가가 한꺼번에 가져가 버리는 것은 아닐지, 혹시 그렇다더라도 한번쯤 속아주면 안될런지 등,,
그때 우리 지O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천원을 꺼냈습니다.
동네 문구점에서 쓰려고 아껴둔 소중한 천원이었는데 말입니다.
교사를 흘끔 바라보며 허락을 구하려는 눈빛이었습니다.
"지O가 원하면 그렇게 해도돼. 지O 용돈인걸."하니 망설임없이 그에게 천원을 주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까불이 O원이도 주머니에 넣어뒀던 꼬깃해진 천원을 꺼내었습니다.
아까 월미도에서 먹고 싶던 슬러시도 포기하며 아낀 천원이었는데..
하지만 왠지 용기가 나지 않던 O원이는 그 남성이 전철 옆칸으로 넘어갈 때까지 망설였습니다.
망설이는 O원이에게 지O가 말했습니다. "O원아, 같이 가줄까?"
그러자 O원이도 용기를 내어 일어났습니다.
함께 옆칸에 다녀온 두 아이의 미소에는 뿌듯함과 더불어 어딘지 모르게 설레임까지도 담겨있는 듯 했습니다.
짧았던 순간, 전철 안에는 현실과 외면과 갈등으로 어지러웠지만,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에 모두가 위안을 받았습니다.
그날 하루쯤은 아이들이 그 따뜻함을 만끽하도록 어른들은 그어떤 부연설명도 하기를 참았습니다.
그저 지그시..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빌려 세상을 느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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