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 한보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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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알림장을 보니 내일부터 시작해서 조만간 수학 단원평가를 볼 예정이란다.
오늘 저녁에 공부할래, 내일 아침에 공부할까
했더니 이구동성 안하고 싶단다..
그러면서 윤O이는 자신만만하게 "저 어차피 요즘 도형은 쉬워서 맨날 90점 100점 맞고 있어요."라며
공부를 안해도 된다고 말한다.
그래도 확실히 해두자고 내일 아침 30분만 일찍 일어나자고 했더니 짜증이 한가득이다.
아까 초저녁까지만해도 선생님 사랑한다더니
잠드는 지금 이순간만큼은 세상에서 내가 제일 미운가보다.
하하하하,,,,
단원평가지들을 인쇄해두고 있는데 윤O이가 연거푸 한숨을 내쉬더니
차라리 지금 하고 자겠다고 나왔다.
동생들 깬다며 책상을 두고도 주방불에 의지해서 문제집을 푸는 모습이,
문제가 잘 안풀리는지 이따금씩 연필로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귀엽고 예뻐서 바라보다 웃었는데
또 이런 내가 세상에서 제일 원망스러울 윤O이다.
예뻐서 웃었다고 미안하다고 했더니 복잡한 표정으로 다푼 문제지를 건네준다.
틀린 문제를 다시 푸는 동안은 미간에 인상을 잔뜩 썼지만
모두 통과하고 잠드는 순간에는 세상을 다 얻은 표정.
이런 너희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니~
잘자라 우리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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