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남는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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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저녁이 되었고 어김없이 우리 햇님방은 쓰레기봉투와 비닐장갑, 그리고 우비를 준비해 집을 나섰습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은 주말에 교사와 함께 운동장을 뛰고 동네 청소봉사를 합니다.
날씨 탓에 하루쯤은 쉬게 할까 고민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깨닫는 시간의 뜻깊음과 약속의 중요함을 알려주기 위해서는
'하루쯤은'이란 생각은 버려야했습니다.
집부터 학교까지, 학교부터 동네를 돌아 집으로 오는 길까지.
열심히 쓰레기를 주우니 오늘도 역시 쓰레기봉투에도 다 못들어갈 정도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왠일인지 학교 교문이 일찍 닫혀 가까운 희망천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빗 속에서 달리며 우리는 생각했습니다.
조금 더 스스로에게 솔직해지기를,
조금 더 상대방을 헤아리기를,
조금 더 서로를 아껴주고 사랑해주기를..
빗줄기가 굵어져갈때쯤 때마침 약속했던 바큇 수를 채워 속으로 참 다행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이젠 익숙한지 조금 가져간 물을 동생부터 챙겨 먹여주는 형들,
다음 사람을 위해 먹을 양을 조절해 먹는 법을 연습해갑니다.
돌아오는 길, 짝지어 서로 손 꼭 잡은 아이들의 뒷모습이 제 눈에 마치 사진처럼 찰칵 찍혔습니다.
아이들도 저처럼 왠지 오늘을 기억할 것 같았습니다.
'우리 예전에 비오던 날 선생님이랑 뛰었던거 생각나? 그때 우리 참 철없었지~"하며
힘들었지만 웃음지어질 장면같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모두들 깨끗이 씻고 잠든 후 아이들의 우비와 젖은 샌들 처리를 하는데
잠든 줄 알았던 동O이와 지O이가 다가와 말합니다.
"선생님, 사랑해요. 하늘만큼, 오천만큼 만만큼, 억만큼, 우주만큼 사랑해요."
내 뜻대로 아이들이 자라주진 않겠지만..
계속 물을 주다보면 더디더라도 자신만의 작은 싹을 틔우겠지. 하고 아이들의 얼굴을 보며 생각해봅니다.
나 또한 미우나 고우나 너희들을 조건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말보다는 따뜻한 포옹 한 번으로 대답하며 마무리한 하루입니다.
오늘도 사랑해 아가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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