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자녀 행복교육법 "좌절을 가르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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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자녀 행복교육법 "좌절을 가르쳐라"
프랑스인들은 생후 몇 개월 된 아이가 밤에 일어나 칭얼대도 곧바로 달려가 달래거나 젖을 물리지 않았다. 일단 관찰하면서 때로는 5~10분까지 기다린다. 이 ‘잠깐 멈추기’야말로 파멜라가 프랑스식 아이 기르기 뒤의 “보이지 않는 문명의 힘”이라고 했던 그 무엇의 하나였다. 그냥 두면 다시 잠들 수 있는데도, 그때마다 이를 배고픔이나 문제, 스트레스 신호로 해석하고 곧바로 달려가 달래주면 아이는 거기에 적응해 버린다. 다음부터는 계속 그래야 다시 잠이 들도록 ‘길들여지는 것’이다.
식사도 정해진 시간에만 한다. 생후 4개월쯤 되면 식사(수유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일정이 통상 오전 8시, 정오, 오후 4시, 오후 8시 등 4차례로 고정된다. 첫 이유식 때부터 으깬 콩류, 시금치, 당근, 호박, 부추 등 채소와 치즈, 신선한 과일들을 준다. 단것과 고기를 좋아하고 군것질거리를 달고 다니는 미국 아이들과는 전혀 다르다. 음식이 나올 때까지 보채거나 칭얼대지 않는 것도 이런 훈련 덕이다.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그럴 때 프랑스 부모들은 엄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 “아탕!”(attend, 기다려)
“농!”(non, 안 돼)이 아니라 아탕! 또는 “사주!”(sage, 현명하게 굴어)다.
그렇게 해서 “아이들에게 좌절을 가르쳐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를 행복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좌절감을 주는 것이다. 아이를 놀지 못하게 하거나 안아주지 말라는 뜻이 아니다. 아이의 취향, 리듬, 개성은 당연히 존중해야 한다. 다만 아이는 아주 어릴 때부터 이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곳이 아니며 모두를 위한 시간과 공간이 있다는 걸 배워야 한다.” 해서는 안 되는 것도 있는 것이다. 이게 프랑스식 육아의 핵심개념인 ‘카드르’(cadre, 틀)다. “카드르는 매우 단호한 제한이 존재하고 부모가 그걸 엄격하게 강제한다는 뜻이다. 대신 아이들은 그 틀 안에서 무한한 자유를 누린다.”
프랑스에선 부모가 학교수업에 참견하지 않고, 아이들 생일파티에도 가지 않는다. 방학 때 무수히 열리는 1주일 안팎의 캠프에도 아이들만 보내지 부모가 따라가는 법이 없다. 아이들은 실부플레(해주세요), 메르시(고맙습니다), 봉주르(안녕하세요), 오르부아르(안녕히 가세요), 이 4가지 ‘마법의 말’을 어릴 때부터 철저히 가르친다. 봉주르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다.
이는 아이 또는 인간에 대한 프랑스식 이해와 육아 철학이 미국 중산층의 과보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그것은 장자크 루소가 <에밀>에서 설파한 엄격한 카드르 내의 자유로운 교육관에 연원을 두고 있다. 1960년대 말 ‘68혁명’을 거치면서 아이를 하나의 온전한 존재로 존중하고 그들에 대한 감정이입을 강조함으로써 루소의 교육관을 한층 더 발전시켜 지금까지도 유효한 정석을 만들어낸 사람은 프랑수아즈 돌토다.
그 핵심은 아이를 믿고 존중하면서 “자신의 삶을 살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이는 부모의 야심을 위한 창고가 아니며 부모가 완수해야 할 프로젝트도 아니라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과 즐거움, 삶의 경험을 지닌 개별적이고 유능한 존재다.”
프랑스에서 이런 육아법·교육관은 전 국가적 기획이다.
출처:한겨레 한승동 기자. 파멜라 드러커맨의 프랑스 아이처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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