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는 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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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씨름 한판을 했다.
아니 여덟판. 아니 열몇판..
아이들이 엉터리로 풀어온 문제집을 돌려보내고
짜증을 듣고 또 돌려보내고 물고 늘어지고 붙들어놓고 가르치고.
아이들은 곧잘 짜증을 낸다.
하기싫다고 왜 다시 풀어야하냐고 발을 쿵쿵 거리며 돌아가고
방에서 쿵쿵 거리는 소리가 나면 다시 불러 또 이야기 해야하고. 사실은 참 귀찮은 일이다.
아이들과 그렇게 씨름을 하고 겨우 오답까지 처리하고 나면 문제집을 꽂고 나는 기진맥진인데,,
이 노력들 만큼 성적이 오르지 않아서 속상할 때도 있고
아이들이 내 마음을 몰라주고 툴툴거리면 그럴 때도 속상하다.
그렇지만 '이게 나좋자고 하는 거니 너 좋으라고 하는거지'식의 말은 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심한다.
그렇게 그렇게... 속으로 조심해야 할 말들을 너무 많이 만들어 놓았는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다 잠든 밤에.
빨래도 널고 정리를 하며 아이들을 바라보면 또 세상에 이런 천사들이 없다.
우리 엄마 마음도 이랬을까.
오늘 전학갔다가 쑥쓰럽고 두려워 등교를 내일로 미룬 우리 준O를 안아주고 쓰다듬었다.
오늘 공부하면서 제일 말썽부린 녀석.
사실은 너에게 오늘은 참 힘든 하루였을텐데, 선생님이 공부만 하라해서 미안해. 하고 뽀뽀해주었다.
이 작은 몸으로 그 새 교실 문 안으로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당분간 학교가 익숙해질 때까지 등하교만이라도 함께 다녀야겠다.
아... 결국 오늘도. 이 천사들한테 질걸 알면서도 씨름을 했다ㅎㅎ
사랑한다 아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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