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란지교를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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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를 꿈꾸며..
"우리는 천년을 늙어도 항상 가락을 지니는 오동나무처럼 일생을 춥게 살아도 향기를 팔지 않는 매화처럼
자유로운 제모습을 잃지 않고 살고자 애쓰며 서로 격려 하리라.
나는 반닫이를 닦다가 그를 생각할 것이며 화초에 물을 주다가, 안개 낀 창문을 열다가 까닭 없이 현기증을 느끼다가
문득 그가 보고싶어지면 그도 그럴 때 나를 찾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우리의 손이 작고 어리어도 서로르 버티어 주는 기둥이 될 것이며 눈빛이 흐리고 시력이 어두워질수록
서로를 살펴주는 불빛이 되어주리라.
그러다가 어느 날이 홀연히 오더라도 축복처럼, 웨딩드레스처럼 수의를 입게 되리니
같은 날 또는 다른 날이라도 세월이 흐르거든 묻힌 자리에서 더 고운 품종의 지란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나 지리라."
-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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