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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 아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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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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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건 조회 4,264회 작성일 15-04-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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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 엄마의 문자를 받았다.

'오면서 꽃향기에 취해봐. 더 이뻐질걸.'

엄마의 소녀감성 문자에 웃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정말 집 앞에는 개나리와 벚꽃이 만발해 있었다.

더 이뻐지는 건 몰라도 더 행복해지는 느낌은 확실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이들 알림장에 적혀 있던 가족 숙제가 생각났다.

'봄꽃 아래서 가족과 30분 놀기'.

요즘 아이들은 워낙 가족과의 소통도 뛰어노는 시간도 부족하니까 이런 숙제를 내주는 것이다.

내일은 꼭 아이들과 나가 놀아야겠다 생각했는데 오늘 출근 길 날씨는 너무나도 흐렸다.

아이들도 일요일엔 선생님과 나가놀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한다고 창문을 몇번이나 열어보던지,

비가 그치기 무섭게 우리는 배드민턴, 줄넘기, 공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언제 또 비가 올지 몰라서 바로 뒷놀이터로 나갔는데 미끄럼틀 옆 나무에도 꽃이 아주 예쁘게 펴 있었다.

아이들과 그 아래서 줄넘기 시합도 하고 신기술도 보여주며 박수를 쳤다.

지난 여름 방학에 O민이는 줄넘기를 네개 정도 했었는데

이젠 휙휙 소리도 좋고 폴짝 폴짝 줄도 잘 넘어서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연신 '우와~'를 외치며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함께 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또 질리기도 금방이라 '이젠 뭐하고 놀지,,'하는데 딱히 나도 생각나는 놀이가 없었다.

오늘 미끄럼틀이 비때문에 젖어서라는 변명으로는 커버가 안되는 세대차이 랄까.

생각나는 놀이가 없어 손을 잡고 문구점에 가서 고무줄을 사왔다.

뒷놀이터 구름다리에 고무줄을 묶고 산토끼 고무줄을 보여주자 아이들이 신기하다며 몇번을 따라했다.

그러다 고무줄로 편을 갈라 림보도 하고 또 고무줄로 바닥에 선을 만들어서 미니 피구 시합도 하고..

어느새 시간은 훌쩍 흘러서 들어가 씻을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아쉽다며 다음에 같이 놀 날을 잡기 바빴다.

집요한 녀석들..ㅎㅎ

노는 동안 아이들은 그 안에 규칙도 서로 만들고 지키지 않으면 화도 내고 투닥투닥하다 토라지기도 했다.

아이들 나름대로 심각한 표정으로 임하고 있는 걸 보면서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별거 아닌 일은 해결책을 말해주고 싶은데

놀 때 만큼은 나도 초등학생으로 돌아가 놀아주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선생님이 가르쳐 주는 놀이가 아니라 선생님과 같이 노는 것이니까..

내일 알림장 쓰는 시간에 오늘 사진이 붙어있는걸 보면 깜짝 놀랄거다. 히히.

진짜 가족과 숙제하진 못했지만

꽃 나무 아래서 활짝 웃고 있는 행복했던 오늘의 자신을 한번 더 소중히 하길 바라며..

잘자렴 아가들아.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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